<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 / SBS 월화 밤10시 / 총24부작 / 연출 김형식 / 극본 윤선주 / 출연 한석규(영조), 이제훈(사도세자 이선), 김유정(서지담), 박은빈(혜경궁 홍씨), 김민종(나철주), 김창완(김택), 이원종(박문수), 최원영(채제공), 권해효(서균), 장현성(홍계희), 김태훈(강필재), 최재환(허정운), 운심(박효주) 등 / 2014-09-29 / 3회>

 

 

신흥복(서준영)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 세자 이선(이제훈)이 알고 싶은 건 ‘신흥복이 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억울한 죽음은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을 부른다. 그렇기에 재수사는 진행되어야 하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비밀의 문’을 보는 동안 2014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제 ‘비밀의 문’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역사왜곡은 용서가 될 것 같다. 더군다나 그 배후에 정치권력의 이권(利權)이 개입되어 있다면 말이다. 

 

 

사도세자는 홍계희(장현성)가 작성한 수사기록을 믿지 않는다. 벗으로 두고 가까이했던 신흥복은 결코 자살할 인물이 아니다. 분명히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 세자는 영조에게 “결과에 승복할 수 없습니다.”라며 재수사를 요청한다. 어쩔 수 없이 재수사를 수락하긴 하지만 ‘맹의’가 밝혀지면 안 되기에 영조는 김택(김창완)을 움직여 재수사를 방해한다. 

 

 

그런데 다행인 건 신흥복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담대무쌍한 서지담(김유정)이다. ‘정의’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이제 사도세자와 서지담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권력’이라는 담은 너무나 높고, 그들이 휘두르는 칼은 너무도 무섭다. 언론을 휘어잡고 우매한 백성들의 눈과 귀를 속이며 공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자들이 아니던가! 

 

 

신흥복이 ‘맹의’의 내용을 감추기 위해 필사한 ‘문회소 살인사건’은 박문수(이원종)의 손에 들어가 있다. 박문수는 사도세자에게 의미 있는 말을 한다. “신흥복이 역도가 아니라면 그를 역도로 몰아간 자들이 역도! 홍계희마저 움직였다면 만만한 자들이 아니에요.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자들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도세자의 대답은 듣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무고한 백성을 죽이고도 그도 모자라 역도의 누명까지 씌운 자들입니다. 그게 누구든, 얼마나 강하든,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그 죄를 묻고야 말 것입니다!”

  

 

김택에게 배후에 영조가 있다는 말을 들은 홍계희는 증거인멸에 나선다. 서지담을 세자보다 먼저 찾기 위해 세책방을 모두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정부가 공권력을 휘두르는 방법이란 이처럼 치졸하다. 게다가 백성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왕의 입에선 무시무시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권력은 칼이야.” 그 칼로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지 베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서지담을 두고 운심(박효주)이 하는 말에 발끈한 아버지 서균(권해효)이 하는 말은 가슴을 울린다. “제대로 야단 좀 쳐 두시죠! 저리 설치고 다니는 거 문제에요. 문제!” “문제라니?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그 유족이 안타까워서 진실을 밝혀보겠다는 게 뭐가 문제야? 우리 지담인 문제없어! 문제가 있다면 자식놈 귀한 뜻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이 못난 애비가 문제고! 진실이나 정의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이 험한 세상이 문제인 거지.”

 

배후가 거대하면 공포와 두려움에 진실은 자꾸만 왜곡된다. 홍계희가 거짓 수사기록을 내밀고, 허정운이 거짓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본인 사도세자와 일개 백성인 서지담이 죽음의 그림자와 마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도세자와 서지담 같은 인물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갖고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비밀의 문’은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이야기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피해자들은 다 진짜’라는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신흥복, 언제 죽을지 몰라 공포에 떨고 있는 허정운(최재환), 이 사람들은 다 진짜다. 진짜인 우리들이다. 그래서 ‘비밀의 문’이 ‘맹의’를 만들고, 가상인물을 설정하고, 주요인물들을 비틀어 역사왜곡을 시킨다고 해도 용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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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자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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