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3~4회 / KBS2 금,토 밤 09:15 / 연출 표민수, 서수민 / 극본 박지은 / 출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박혁권, 김종국, 예지원, 이주승, 나영희, 조한철, 최권, 김희찬, 조윤희 등 / 특별출연 유희열, 윤종신, 박진영, 산다라박, 강승윤, 노민우, 김지수, 전현무 등]

 

 

자연스럽게 딸기잼 뚜껑을 열어주는 탁예진(공효진)에게 라준모(차태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근데 뭔가 좀 바뀐 거 같지 않냐?” “뭐가?” “아니 보통 여자들은 이런 거 잘 못 따잖아? 망치질도 못하고 형광등도 못 갈고. 그래서 좀 해달라고 남자 부르고 ”오빠~ 이것 좀 해주세요~“ 이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신해주(조윤희) 때문에 심기가 꼬여 있던 탁예진은 반사적으로 라준모를 비꼬고 만다. “해주가 그러디?” 이별통보를 한 후 마음이 좋지 않았던 라준모는 탁예진의 말에 기분이 확 상한다. “여기서 걔 얘기가 왜 나와?” “참, 남자 꼬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왜? 밥은 떠먹여 달라고 안 해?” “야! 넌 무슨 말을!” “하긴 걔가 KBS 대표 연애꾼이지. 그 입사 하자마자 아나운서국의 윤주원인가 뭐, 걔랑도 사귀고. 그리고 바로 드라마국에...” “야! 너 왜 애를 인신공격을 해! 아니 미혼의 꽃다운 청춘이 연애를 하는 게 이상하냐? 못 하는 니가 이상하지!” “못 해? 누가? 나는 안 하는 거야! 바빠서!”

 

 

과연 그럴까? 물론 탁예진도 연애라는 걸 하긴 했었다. 문제는 탁예진이 늘 남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라준모의 그림자도 함께 데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탁예진의 남자친구들은 탁예진이 라준모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는 바로 이별을 통보했다. 이유를 모르는 탁예진은 남자에게 차일 때마다 술을 진탕 마시곤 라준모를 부르거나 라준모에게 전화를 걸어 대성통곡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라준모는 탁예진의 술주정을 다 받아주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탁예진을 등에 업고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그렇게 라준모가 탁예진의 뒤치다꺼리를 한 세월이 무려 25년이었다.

 

 

어쨌든 탁예진은 라준모의 말이 서운하다. 마치 라준모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애교가 없어서라고 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내가 잼뚜껑도 잘 따고 못도 그냥 탕탕 아주 잘 박고 무슨 형광등도 맥가이버 마냥 척척 잘 갈아서 그래서 연애가 안 된단 그 얘기야, 지금?” “야! 누가 그렇대? 아니, 나는 니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엄한 애를 잡으니까.” “그래~ 너 그 엄한 애한테 아주 홀려가지고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빙구처럼 헤어지잔 말도 못하고 그냥 계속 질질 끌려 다녀라! 야, 너 있잖아! 정신 차려 보면 결혼식장에 있을 수도 있어!” “야!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나 잘해!” 질투에 휩싸인 탁예진은 결국 라준모의 마음을 할퀴는 말을 하고 말았다. 화가 난 라준모도 탁예진을 할퀴는 말을 하고 만다. “남 걱정할 시간에 니 새 아파트 벽지를 뭘 바를지 베란다 틀지 말지 이런 거나 고민하라고!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마시고!” 라준모의 ‘남’이라는 말에 탁예진은 마치 가슴에 대못이 박힌 듯 아프다.

 

 

출근하는 길, 여의도엔 벚꽃이 한창이다. 벚꽃이 필 때마다 탁예진은 라준모에게 벚꽃을 보러 가자고 졸랐었다. 2009년 봄에도, 2012년 봄에도, 2013년 봄에도, 2014년 봄에도 라준모는 벚꽃 대신 일이나 술을 택했다. 탁예진은 벚꽃이 휘날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 수많은 연인들을 보며 쓸쓸한 마음에 잠긴다. 올해도 라준모에게 벚꽃을 보러가자고 해봤자 코웃음만 칠 것이 뻔하다. 솔로일 때도 같이 가지 않았던 라준모인데 지금은 신해주라는 여자친구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라준모가 신해주와 헤어졌단다. 이 소식을 신해주의 입에서 직접 들은 탁예진은 기쁜 마음으로 신해주를 위로해준다. 퇴근하고 돌아온 탁예진은 아침에 라준모와 말다툼 했던 일을 떠올린다. 신해주와 헤어진 줄도 모르고 라준모에게 쏘아댔던 것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신해주를 욕할 때 발끈했던 라준모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탁예진은 몇 번이고 라준모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 때마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들린다. 사과를 하고 싶었건만 라준모는 그날 1박2일 섭외 건으로 외박을 해버린다.

 

 

다음날, 불편한 마음으로 탁예진은 퇴근하고 돌아올 라준모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날 밤 들이닥친 건 라준모가 아니라 술에 잔뜩 취한 백승찬(김수현)이다. 곧이어 라준모도 술에 떡이 되어 들어온다. 탁예진은 라준모와 동거하고 있는 걸 백승찬에게 들킨 것이 몹시 불안하다. 아무래도 백승찬의 입을 통해 사내에 소문이 쫙 돌 것만 같다. 그래서 탁예진은 라준모와 함께 “나랑 예진이는 남자랑 여자 이런 게 아니고 그냥 사람이랑 사람! 완전 그냥 친구! 일시적 주소 공유상태!”라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긍정이다. 어쩌면 탁예진은 백승찬이 오해도 하고 소문도 내주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라준모와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 그걸 바라는지도 모른다.

 

 

라준모와 퇴근하는 길에 탁예진은 집 앞에서 퇴근하는 백승찬을 만난다. 신디(아이유)를 어떻게 섭외했는지 묻는 탁예진에게 백승찬은 신이 나서 그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질문한 탁예진은 라준모의 통화 내용에 온 신경이 집중돼있다. 통화내용을 듣자하니 라준모의 엄마(임예진)가 아무래도 라준모에게 선을 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 순간 탁예진의 심기가 불편해짐과 동시에 예민해진다. 탁예진은 조용히 하라며 백승찬에게 버럭 화를 낸다. 눈치가 그렇게도 없는 백승찬이건만 탁예진의 쓸쓸한 얼굴을 보며 탁예진이 라준모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다.

 

 

백승찬은 탁예진의 손에 들려 있는 택배상자를 빼앗아 집까지 가져다 놓아준다. 라준모는 집에 들어와 있는 백승찬을 보고는 발끈한다. “야! 넌 별 걸 다 시키냐? 넌 손이 없냐?” 짝사랑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아는 백승찬은 반사적으로 탁예진의 편을 든다. “예진선배님 손목 다쳐서 아픕니다.”

 

 

백승찬이 돌아간 후 라준모는 탁예진에게 다친 손목과 자꾸만 백승찬을 집에 들이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많이 다쳤냐? 근데 너는 막 백승찬을 자꾸 집에 들이고 그러냐? 야! 너! 백승찬은 남자 아니냐? 기집애가 겁도 없이! 너 혼자 있을 때 남자 집에 들어오라고 그러는 거 아니라고!” “웃겨~ 너는 남자 아니냐?” “나는 남자 아니지! 너한테는!” 라준모의 마지막 말이 또 다시 탁예진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도 라준모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건 세심한 라준모의 배려 때문이다. 손목이 아픈 탁예진을 위해 잘 따지도 못하는 딸기잼 뚜껑을 열어놓고, 우유뚜껑까지 따놓은 라준모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아침 챙겨먹어라. 칠칠아 ^^”라는 메모에 탁예진은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라준모가 자꾸만 탁예진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라준모의 엄마는 탁예진에게 20대 후배 중 누구 없냐며 라준모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라고 부탁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동생 탁예준(김희찬)의 말에 희망을 걸어본다. “근데 있잖아. 여자는 어떤지 몰라도 남자가 어떤 여자를 친한 친구라면서 오래오래 옆에 두는 건 사심이 있단 얘기야. 어느 정도는! 정말로 아닌 여자랑은 친구도 안 하거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탁예진은 아침에 라준모가 따놓았던 우유뚜껑을 마치 소중한 보물인양 종이에 싸서 상자에 넣어둔다. 마치 이 뚜껑이 라준모와 자신의 사랑을 이어줄 부적이라도 되는 듯이! 아! 부디 이 커플, 탁예진-라준모 커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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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자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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