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 16회 / KBS2 수목드라마 밤10시 / 연출 한상우 / 극본 김인영 / 출연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이순재, 이미도, 박혁권, 서이숙, 김혜은, 손창민, 송재림, 김지석, 최정우 등 / 2015-04-16]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볼 때마다 작가의 필력에 놀라곤 한다. 어쩌면 그렇게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주요인물로 만들어 놓는지 신기할 정도다. 극 중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은 나현애로 개명한 나말년(서이숙)과 강순옥(김혜자)의 집에서 수제자가 되길 꿈꾸며 몸 바쳐(?) 일하고 있는 박은실(이미도)이다.

 

 

박총무와 나말년(현애)의 공통점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어떤 개인적인 역사가 있길래 이토록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가득한 것일까? 일단 나말년(현애)에 대한 이야긴 간간히 나와서 유추해볼 수 있지만 박총무에 대한 과거 이야긴 거의 나오지 않아서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는 유추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박총무는 어릴 적 불후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을 것이고, 부모가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주질 못했을 거란 유추는 가능하다. 뿌리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안정감을 갖지 못한 채 성장한 박총무는 부모조차도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세상을 향해서도 뿌리 깊은 불신만 키워왔을 것이다.

 

그런 박총무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잡은 금줄이 바로 강순옥이다. 박총무는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지내며 강순옥의 수제자가 되기 위해 강순옥의 집에서 모든 뒤치다꺼리를 하며 지낸다. 이제까지 박총무는 결코 강순옥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잘 지내왔다. 하지만 강순옥의 집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박총무의 욕망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튀어나온다.

 

 

4월 1일 11회 방송에서였다. 김현숙(채시라), 정구민(박혁권), 안종미(김혜은)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 등장한 박총무는 잠시 김현숙과 정구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신의 본색을 확실히 드러냈다. 안종미가 박총무를 향해 정구민은 김현숙의 남자니까 눈독 들이지 말라는 말에 열 받은 박총무는 만취하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안종미를 향해 무서운 이빨를 드러낸다. 박총무는 소줏잔을 깨뜨리더니 안종미를 향해 실리콘을 그만큼 넣으려면 얼마가 드냐며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좋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자길 건드리면 강순옥도 위험해진다며 협박까지 해댄다. 강순옥이 맨날 투명하게를 강조하지만 현금으로 내는 사모님들이 많아서 자신이 세금 탈세를 많이 해드린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In my pocket'도 많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본색을 드러낸 박총무는 나말년 앞에서도, 장모란(장미희) 앞에서도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박총무는 나말년이 자신과 같은 과라는 걸 귀신같이 직감하곤 나말년 앞에서 강순옥의 집안을 마구 욕하는가 하면 장모란이 김철희(이순재)를 실수로 기차에서 밀었다는 걸 알게 되자 장모란을 향해 은근한 압력까지 가한다.

 

 

박총무가 장모란에게 열 받은 건 장모란이 강순옥에게 김현숙을 후계자로 삼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오로지 강순옥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박봉을 받으면서도 천사같은 미소를 띠고 강순옥의 수족이 되어 강순옥의 옆을 지켜왔다. 그랬건만 자신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도 모르는 장모란의 발언은 박총무에게 하늘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엄청난 위협이었다.

 

 

그런데 장모란의 가방에서 김철희가 어떻게 행방불명이 되고 기억상실을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쓴 편지를 발견하자 박총무는 쾌재를 불렀다. 장모란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장모란에게 오히려 한방 맞으며 박총무는 쓴웃음만 지어야 했다.

 

 

강순옥의 집안과 가까운 사이인 안종미와 장모란에게 자신의 실체를 들킨 박총무는 이제 서서히 강순옥과 그의 가족들 앞에게도 베일을 벗기 시작할 것이다. 독기어린 표정과 날카로운 말들이 열 받으면 미처 숨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게 될 테니까 말이다.

 

박총무는 이중성을 지닌 섬뜩한 악녀다.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고, 돈만 밝히며, 언제든 기회만 되면 상대방을 욕하고 깎아내리려 한다. 다른 사람을 짓밟아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박총무지만 나는 어쩐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볼 때마다 박총무가 짠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하는 짓들이 옳다는 것도 아니고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것도 아니다.

 

 

16회에서 박총무가 안종미를 향해 외친 말은 한 번도 사랑받아 보지 못한 존재가 자신도 사랑받고 싶다고 울부짓는 것 같았다. “나, 이집 하녀 아니야! 강선생님 후계자야!” 어쩌면 박총무는 강순옥의 집에서 지내면서 강순옥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김현정(도지원)같은 언니와 정구민 같은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상처를 가진 김현숙이지만 박총무에게 김현숙은 부러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박총무가 보기엔 그래도 자신과 김현숙을 비교하면 자신이 김현숙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자신보다 못한 존재가 강순옥의 배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시기 질투도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작가가 박총무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딱 한번쯤은 세상에도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박총무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것을 보여줄 사람들은 물론 강순옥과 그의 가족들이 될 테고 말이다.



이 블로그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HanRss에 추가해 주세요. ^^ =>

Posted by 감자꿈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